불교경전 가운데 <백유경>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5세기경 인도의 상가세나 스님이 다양한 경전 속 우화 98가지를 가려 뽑아 펴낸 경전인데, 동물로 세상사를 빗댄 <이솝우화>와 달리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인간사를 풍자합니다. <백유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어린이가 친구집 벽에 걸린 박제된 거북이를 보고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거북이를 잡은 뒤에 박제하려 하지만, 죽이는 방법을 몰라 마침 옆을 지나는 한 이웃 어른에게 묻게 됩니다. 그러자 이 어른은 “물에 빠뜨려 죽이면 된다”고 답합니다. 아이는 어른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거북이를 바다에 빠뜨립니다. 하지만 거북이는 유유히 헤엄쳐 멀리 달아납니다.(<죽는 법을 모르는데 사는 법을 어찌 알랴> 중에서 요약)" 

남의 말만 믿었다가 낭패를 본다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속에 일부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다시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2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확산의 진원지는 종교단체인,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입니다. 현재까지 이 교회 누적 확진자만 9백 명을 넘어섰고, 더 큰 문제는 이들 가운데 전국 신도도 많았는데, 지난 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는 점입니다. 방역 당국이 2차 대유행을 크게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집회를 주도하고 자신도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사과는커녕 음모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음모론의 핵심은 “외부 바이러스 테러”와 “방역 공안통치”.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입니다. 

<백유경> 이야기를 인용한 건, 어른의 말만 믿고 거북이를 바다에 빠뜨렸던 어린이의 어리석은 행동이 지금의 현실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장삼이사도 아니고 공인인 종교지도자의 언행은 누구보다 보편적 상식에 근거해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 목사의 주장은 그렇지 못합니다.

종교지도자가 전혀 바뀔 여지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면 따르는 이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종교지도자라도 올바른 길로 신도들을 이끌지 못한다면 지적하고 따르지 않아야 합니다. 확산되는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며, 깨어있는 종교인의 자세를 거듭 느낍니다.

배재수 기자  dongin21@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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