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 연 :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
● 진 행 : 박찬민 BBS 기자

부산BBS가 진행하는‘부산역사 스토커’시간입니다. 피란수도 시절 부산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 피란수도 부산시절 부산의 피란민마을에 대해 소개하고 계신데 지난시간에 영도 영선동 흰여울문화마을 관련 이야기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절영해안산책로에 숨어있는 기적같은 사연을 소개하실 차례죠?

-네, 흰여울마을 일대 해안이 큰 바람이 이는 곳이라 해서 큰 大, 바람 風을 쓰는 대풍포라는 지명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드렸는데, 흰여울마을 바로 앞 대마도 방향 해안이 선박 묘박지입니다. 일종의 바다 주차장인거지요. 선박이 항내에 머물면 주차비와 같은 정박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휴항 중인 선박들이 평소 이곳에 여러 척이 정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태풍이 오면 이 선박들을 부산항 내로 피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이 이송도 해안에 선박들이 파도에 밀려들어와서 좌초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제가 목격한 것 만도 1986년, 2007년, 2016년 이렇게 세번 이 해안에 선박이 좌초된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거의 10년에 한번꼴로 이곳 해안에 선박이 좌초된 것입니다.

1986년 8월 28일 상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태풍 베라가 한반도를 관통했는데, 베라로 인한 피해가 사망 13명, 실종 13명 등 인명 피해 26명과 1만376정보의 농경지 침수 및 1천6백34동의 가옥 파손, 3백75척의 선박 피해와 도로 침수, 어항수리시설 파괴 등 모두 1백93억5천3백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재민도 무려 4천5백85명이 나기도 했습니다. 인명손실이나 재산피해로만 따지면 그동안 한반도를 관통한 많은 대형 태풍들에 비교하면 으례 발생하는 사건으로 생각하겠지만 이 태풍 베라가 영도 흰여울문화마을에 특별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 태풍이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사연이 기적같은 사연이라 하셨는데 궁금하네요 소장님?

-1986년 8월 28일 상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태풍 베라가 한반도로 상륙한다는 경고가 있었으메도 불구하고 남항 묘박지에 있던 3만 6천톤급 홍콩선적의 컨테이너선은 배의 규모를 믿은 탓인지 항내로 대피하지 않고 묘박지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습니다. 3만 6천톤급이면 그 크기가 어마한 규모의 선박이지만 태풍 베라 앞에서는 그저 일엽편주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태풍이 선박을 강타하면서 닻줄은 터져나가고 배는 파도에 휩쓸려 영선동 해안 위,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중리 방향으로 약 300미터 쯤 떨어진 해안에 걸쳐지고 말았던 겁니다. 

해안에 걸쳐진 이 배는 홍콩 퉁그룹의 INC회사 소속 선박이었는데 이 배가 신조로 건조한지 얼마되지 않은 거의 새 선박이나 다름었었다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황한 선주측에서 전 세계 선박 구난회사를 수소문하면서 배를 인양하려했지요. 이 선박 인양을 위해 세계적인 선박구난회사들이 다녀갔지만 모두들 인양불가로 판정함에 따라 영선동 해안에 무려 8개월이상 해안에 좌초된 채 남아있었습니다. 인양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곳 수심이 앝은데다 해안 수중에 암초가 많다보니 이렇게 덩치가 큰 선박을 인향할 수 있는 인양선이 근처에 다가가지 못한다는 거지요. 결국 해를 넘기고도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니 우리나라 항만청에서는 어떻게 하든 선박을 처리하라고 선주측에 독촉을 할 수 밖에요. 결국 선주측에서는 고철로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맞딱뜨리게 되어 선박해체를 결심하게 됩니다. 

한국전쟁 피란수도 부산 시절에는 오륙도에 프랑스 참전 병사들을 태운 프랑스 선박이 좌초하기도 했는데 이 선박은 쉽게 구난해서 말끔히 수리하기도 했던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께서 현장 사진을 가져 오라고 해서 살펴보시고는 울산의 현대미포조선에 특명을 내립니다. 우리가 이 선박을 인양하자는 겁니다. 임직원들이 난리가 났지요. 세계적인 선박 구난회사들이 모두 포기를 했는데 무슨 수로 이 배를 인양할 수 있느냐는 거지요. 게다가 인양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주변 해양 오염은 물론이고 선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경우 회사 신뢰도가 전세계에 망신감으로 퍼진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회장님은 그런 걱정말고 선주를 연락해서 이 배가 좌초하면서 입은 손상 외에는 다른 손상없이 그대로 인양하겠다고 전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리도 우리가 말끔히 해서 선박을 원상태로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냐며 만류를 했지만, 그 분 특유의 표현이 있지 않습니까?

● 불도저 정주영 회장님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유명한 어법이 있지요. “느그가 해봤어? ”전직 대통령 한 분도 이 표현을 가끔 쓰기도 했는데요. 

이 해안에 좌초된 선박을 정주영 회장님은 댐공법을 이용합니다. 이 어른이 원래 막노가다공법이라 부르는 어찌보면 원시적이라 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을 현장에 적용하시기로 유명하시지 않습니까?

● 서산만 간척 때 폐유조선을 이용한 것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죠 소장님?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정주영 회장님 특유의 현장 중심의 근원적 해결 방법들이지요. 마침내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선박이 걸쳐져 있는 영선동 해안에서 배가 뜰 수 있는 수심이 유지되는 곳까지 남항 일대 바다 위에 거대한 둑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자갈과 모래를 이용하여 좌초된 선박을 중심으로 남항 바다에 수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거대한 둑이 형성되었지요. 그리고 십 여일에 걸쳐 이 둑 안으로 바닷물을 쏟아 부었습니다. 마침내 해안에 비스듬히 누워있던 배가 바로 중심을 잡고 일어서더니 물 위에 뜨기 시작하였고 그러자 둑 건너 먼 바다에서는 배를 수심이 깊은 곳으로 서서히 끌어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적같은 결과가 나타났지요.

인양이 끝난 뒤에 보니 좌초될 당시 입은 피해 이외에 인양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입니다. 배는 현대미포조선소까지 견인되었으며 주요기관의 분해 수리와 함께 프로펠라 등을 수리하는 까다로운 공정이 포함되어 마침내 시운전에 성공하여 50여억원의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합니. 선주는 현대 측에 말할 수 없는 감사를 표했으며, 현대로서는 아무도 생각지 못한 단순 공법으로 선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지요. 결국 선박을 고철로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아 현대그룹 정주영회장의 지시로 댐공법을 이용하여 좌초선박을 완벽하게 구난한 것입니다. 

박찬민 기자  highha@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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