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BBS불교방송이 준비한 기획리포트 순서입니다. 

북한군이 청와대를 기습했던 ‘김신조 사건’ 이후 52년간 철책으로 가로막혔던 ‘북악산 북측면’ 지역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우리 문화유산들을 산책로 곳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박준상 기자가 북악산 산책로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 리포터 >

토끼가 파놓은 굴처럼 지형이 낮다고 해서 ‘부암동 토끼굴’이라고 불리는 북악산 북측 성곽 1번 출입구 철문이 활짝 열립니다.

북한의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한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52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북악산 북측 지역. 

평소 주둔부대 군인들이 오가던 산길은 이제 산책로가 됐고, 경계근무가 이뤄진 초소는 시민들의 포토존이 됐습니다. 

지난 1일부터 개방된 1,780미터의 ‘1단계 구간’은 북악스카이웨이에서 한양도성으로 이어지는 녹지 구간입니다.

옛부터 궁궐과 청와대가 내려다보인다는 이유로 출입이 어려웠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 민중들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터전이 됐던 ‘불교’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00년 초부터 1980년 말까지 있었던 ‘기원정사’는 군사통제구역이 되면서 불자들의 발길이 끊겼고, 지금은 사찰 터와 작은 비석만 남아있습니다.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
“오시는 신도분 수도 많이 줄어들고 그럼에도 유지가 좀 되다가, 안에 있는 개발제한 이런 것 때문에 홍제동에 있는 안산 쪽으로 같은 이름의 기원정사로 옮겨갔습니다.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주지 스님께 여쭤봤거든요. 주지 스님께서 여기에 있었던 게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오는 2022년 개방이 예정된 2단계 남측 구간엔 신라 진평왕 당시 나옹스님이 창건한 ‘법흥사 터’와 마애여래입상이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법흥사는 광복 이후 청오스님이 절터를 증축해 사용했지만, 1968년 ‘김신조 사건’으로 일대 출입이 제한되면서 폐쇄돼 지금은 주춧돌만 남았습니다. 

[정재숙 / 문화재청장] 
“52년 만에 북쪽은 뚫렸어요. 그런데 정말 아쉬우실 것 같아요. 불자들은 남쪽 측면에 불교 유적들이 많은데, 문화재청과 종로구청, 경호처가 더 합심해서 2022년 3월쯤 남쪽 측면을 다 뚫으려고 합니다. 마애불이라던과 불자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하셨던 불교 유적들을 만나보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북악산엔 수많은 암자 터와 돌에 새긴 각자, 마애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부는 북악산 개방과 함께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사료를 연구할 계획입니다. 

52년 만에 열린 북악산 북측 철문을 넘어, 시민들은 새로운 문화재의 보고를 만나게 됐습니다. 

북악산에서 BBS뉴스 박준상입니다.

영상취재/편집 – 남창오 기자 
 

박준상 기자  tree@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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