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 뉴스는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3.1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불교계 독립 운동의 얼과 자취가 서려있는 현장을 집중 탐방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3.1운동 보다 5개월 먼저 일어난 제주 법정사 항일 항쟁과 제주불교 중흥조 봉려관 스님의 역할을 조명합니다.

제주 BBS 이병철 기자입니다.

1918년 10월 제주 법정사 스님과 마을주민 등 700여 명이 일으킨 법정사 항일운동은 일제강점기 종교계가 시도한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무장 투쟁입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3.1운동 보다 5개월 먼저 일어난 법정사 무장 항쟁과 그 안에 숨겨진 비구니 봉려관 스님의 행적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당시 법정사 항쟁은 김연일, 강창규, 방동화 스님이 주축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의 200년 무불시대를 끝내고 관음사와 법정사를 창건한 봉려관 스님이 법정사 항쟁에 깊이 관여한 사실은 묻혀있었습니다.

봉려관 스님은 항일운동의 독립자금을 대주는 역할을 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인서트 / 보각 스님 / 대원정사 회주 : (방동화 스님이) 봉려관을 만나게 되가지고 봉려관이 여기서는 좁아서 거사를 하기 어려우니까 내가 법정사를 해줄 테니까 거기서 일을 하라. 그런 운동 하라. 법정사로 옮겼다고 하는 거야. 그래가지고 쌀도 빌어다주고, 돈도 해다 주고, 뭐도 해다 주고 몰래 몰래 해 줬다는 거지.]

그렇다면 법정사를 창건한 봉려관 스님이 법정사 투쟁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주역에서 사라진 이유는 뭘까?

제주불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비구니 스님의 원력으로 재건된 곳입니다.

그럼에도 봉려관 스님은 스님으로 불리지 못하고 ‘화주’라고 일컬어졌을 만큼 비구니란 이유로 소외됐습니다.

남성 성직자 중심의 세계관에서 봉려관 스님의 행적은 왜곡되기 까지 했습니다.

[인서트 / 혜전 스님 / 두옥문도회 부회장 : 내가 들었던 내용과는 왜곡된 부분이 참 많아서 이건 아니다. 내가 역사는 정말로 올바르게 해놔야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내가 뛰어들어서 2001년부터 자료 찾으러, 한 것을 안했다고 맨 엉뚱없는 소리들이나 하니까는 그 점에서 돌을 던지면 돌팔매를 맞겠다는 그런 각오를 하고 뛰어들었어요. 솔직히]

혜전 스님 등의 노력이 보태지면서 지난 2010년 11월 마침내 봉려관 스님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기위한 ‘봉려관선양회’가 출범했습니다.

봉려관 선양회는 학술강연회, 행적비 제막, 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책 ‘해월당 봉려관 스님’ 발간 등 근현대 제주불교 역사 재정립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서트 / 오영호 / 봉려관선양회 상임이사 : 언젠가 봉려관 스님이 항일운동으로 인해서 독립유공자로 선정되는 날까지 계속해서 역사적인 자료도 발굴하고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200년 동안 불교씨앗이 메말랐던 곳에 다시 잉태해서 새싹을 피우게 된 크나큰 일을 했기 때문에 불자로서 봉려관스님에 대한 선양은 당연한 일이고]

제주 항일운동을 주도한 김석윤 스님과 막연했던 봉려관 스님의 행적으로 비춰볼때 스님은 항일투쟁의 막후에서 자금 지원 역할을 했을 것으로 학계는 관측합니다.

여성 성직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제주불교를 일으켜세운 봉려관 스님에 관한 연구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더욱 활발해져야할 이유입니다.

제주에서 BBS 뉴스 이병철입니다.

이병철 기자  taiwan0812@hanmail.net

<저작권자 © BBS불교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